죽음

2009/11/22 01:12 / Tagebuch

외할머니가 돌아가실 거 같다고 하여 시골에 며칠 다녀왔다.

둘이 차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, 삼촌은 내가 몰랐던 집안사를 풀어놓았다. 들을수록 끔찍했다. 모든 고통들이 대물림되고 재생산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. 그 아픔들은 어머니에게 이어졌고 나는 그런 어머니와 대면하고 있다.

제대하고 나는 어머니와 살면서 하루에 두 세끼를 어머니와 함께 먹고 한 두 시간씩 얘기했다. 그녀를 배신한 모든 것들 속에서, 그녀의 삶의 모든 좌절들 속에서 나만이 그것을 보상할 수 있고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. 내가 내 안에서 긍정적인 것을 거의 발견하지 못하며 오직 빚 갚을 생각만 하는 와중, 어머니는 그러한 나의 생각에 동조하듯 내가 빚진 것들을 계속하여 열거했다.

집안 얘기가 한 단락되자 삼촌은 당신과 신과의 경험들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. 피할 수도 없는 좁은 차 안에서 장장 예수님 얘기를 들어야 했는데, 나중에 밝혀지지만 예수님이 인간을 신으로 만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. 삼촌은 나름 인문/사회과학을 할 만큼 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, 일본에 기독교인이 적은 이유를 물은 내 질문에 '땅에 악령이 많기 때문'이라는 답변을 듣고 그냥 포기해버렸다.

할머니는 소위 '뇌사' 상태였다. 의사는 일요일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일주일이 지난 오늘에도 할머니는 살아 있다. 어떤 사람들은 '할머니가 더 힘들지 않게' 빨리 죽기를 바랐고 어떤 사람들은 할머니가 회복하여 의식을 차리고 오래오래 살기를 바랐다. 내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. 내가 살고 싶은지도 알 수 없는데 남의 삶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 도리가 없고, 더군다나 내게는 어느 쪽을 바랄 자격도 책임도 없었다.

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싸고 구질구질한 얘기들이 오갔다.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. 그럴 자격은 없다. 사는 건 그렇게 깔끔한 것도 아니고, 돈도 들고, 깔끔하게 살려면 구질구질한 짓을 몇 배는 더 해야 하니까. 하지만 구질구질하다는 생각, 느낌, 감정마저 막아내지는 못했다. 참 한심한 백수다. 결론은 그거였다. 지긋지긋하다.

2009/11/22 01:12 2009/11/22 01:12
Geschrieben von nicht .

Trackback URL : http://nicht.compuz.com/tc/trackback/152


Schreiben Sie Ihre Begrüßungen hier.

  1. Komment RSS : http://nicht.compuz.com/tc/rss/comment/152
  2. 성호 2009/11/24 01:03  Änderung/Löschung  Antwort  Adresse

    아 오늘 너무 정신이 없어서
    무슨 정신으로 전화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네

    내가 너무 단순해서
    지금같은 때에 머리에 아무것도 들어가지가 않는 것 같아;ㅁ;

« Vorherige : 1 : ... 20 : 21 : 22 : 23 : 24 : 25 : 26 : 27 : 28 : ... 146 : Nach »